Chapter 02

신호와 정보

비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0과 1이다. 그런데 케이블 속을 실제로 달리는 것은 전압이고, 광섬유 속에서는 빛이, 공중에서는 전파가 달린다. 0과 1을 어떻게 물리 현상에 싣고, 잡음 속에서 어떻게 다시 꺼낼까? 1초에 몇 비트까지 보낼 수 있는지는 무엇이 정할까? 이 장은 1948년 클로드 섀넌이 내놓은 답을 향해 간다. 그 답은 오늘날 Wi-Fi와 5G, 해저 케이블의 설계도에 그대로 들어 있다.

비트를 무엇에 싣나

정보를 멀리 보내려면 무언가 물리적인 것을 “바꿔야” 한다. 봉화는 연기의 유무로, 모스 전신은 전류가 흐르는 시간의 길고 짧음으로 정보를 실었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이런 물리량을 신호(signal)라 한다. 오늘날 네트워크가 쓰는 신호는 크게 세 가지다.

구리선: 전압광섬유: 빛의 세기무선: 전파의 모양 1 0 1 1 01 0 1 1 01 0 1 1 0 +V−V 빛 켜짐 = 1, 꺼짐 = 0 파장 약 1.3~1.55 µm 위상을 뒤집어 0과 1을 구분(BPSK)
그림 2-1. 같은 비트 열 10110을 세 가지 매체에 싣는 가장 단순한 방법. 구리선은 전압의 높낮이, 광섬유는 빛의 켜짐·꺼짐, 전파는 반송파의 진폭·주파수·위상을 바꾼다. 실제 장비는 한 번에 여러 비트를 싣는 더 정교한 방법을 쓴다(4·5·12장).
매체무엇을 바꾸나대표 속도·거리주된 적
구리선 (4장)전압·전류이더넷 1~10 Gbps · 100 m거리에 따른 감쇠, 옆 선의 간섭(누화)
광섬유 (5장)빛의 세기·위상·편광파장 하나에 100~800 Gbps · 수십~수천 km감쇠(약 0.2 dB/km), 분산(펄스가 퍼짐)
전파 (11장)전자기파의 진폭·주파수·위상Wi-Fi·5G 수백 Mbps~수 Gbps · 수 m~수 km거리 손실, 벽, 반사파의 간섭, 다른 사용자

아날로그와 디지털: 왜 디지털이 이기나

옛 전화는 목소리의 공기 진동을 그대로 닮은 전압을 보냈다. 이렇게 연속적으로 아무 값이나 가질 수 있는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analog signal)라 한다. 반면 정해진 몇 개의 값(예: +1 V와 −1 V)만 쓰는 신호를 디지털 신호(digital signal)라 한다.

신호는 먼 길을 가며 약해지므로 중간중간 키워 줘야 한다. 여기서 둘의 운명이 갈린다. 아날로그 증폭기는 신호와 이미 섞여 든 잡음을 구분할 수 없어 둘 다 키운다. 구간을 지날 때마다 새 잡음이 더해지고, 쌓인 잡음은 다시는 빠지지 않는다. 디지털 중계기는 다르다. “이건 +1에 가까우니 1이다”라고 판정한 뒤 깨끗한 새 신호를 다시 만들어 보낸다. 이를 재생 중계(regeneration)라 한다. 판정이 틀리지 않는 한 잡음은 구간마다 리셋된다.

귓속말 전달 놀이 vs 받아 적어 전달하기

열 명이 귓속말로 문장을 전달하면 끝에서는 엉뚱한 문장이 된다. 조금씩 틀린 발음이 계속 쌓이기 때문이다(아날로그). 그런데 “정해진 단어 카드 50장 중 하나”를 전달하는 놀이라면, 각자 잘 안 들려도 가장 비슷한 카드를 골라 또박또박 다시 말한다. 완전히 다른 카드로 착각하지 않는 한 끝까지 정확하다(디지털).

SIMULATOR

중계를 거듭할 때: 아날로그 증폭 vs 디지털 재생

 
아날로그 도착 SNR—
디지털: 틀린 비트 (이 화면)—
디지털 이론 오류율—
신호는 ±1, 잡음은 구간마다 독립인 정규분포로 가정했다. 아날로그는 잡음 전력이 구간 수만큼 쌓여 N배가 된다. 디지털은 각 구간에서 비트 중앙을 보고 0 기준으로 판정하므로, 한 구간의 오류 확률이 아주 작으면 구간이 늘어도 거의 깨끗하다. 해볼 것: 잡음을 0.25에 두고 구간을 30까지 늘려 보자. 그다음 잡음을 0.4로 올리면 디지털도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것이 “문턱 효과”다.

그래서 오늘날 전화, 방송, 인터넷은 모두 디지털이다. 목소리나 영상 같은 아날로그 정보도 먼저 숫자로 바꾼(샘플링·양자화) 뒤 보낸다. 다만 “디지털 신호”라 해도 선 위를 달리는 것은 결국 아날로그 전압이나 빛이다. 디지털의 힘은 신호가 아니라 받는 쪽이 정해진 값 중 하나로 판정한다는 약속에서 나온다.

사인파: 주기, 주파수, 파장, 위상

신호를 다룰 때 가장 기본이 되는 모양은 사인파다. 그네의 흔들림, 용수철의 진동, 교류 전기, 전파가 모두 사인파를 그린다. 사인파는 세 가지 숫자로 완전히 정해진다.

진폭 A 주기 T (한 번 반복하는 시간) 위상: 같은 파동이 얼마나 앞뒤로 밀렸나 (점선은 90° 늦음) 주파수 f = 1/T (1초에 몇 번 반복, Hz)파장 λ = 속도 / f (한 주기 동안 가는 거리)
그림 2-2. 사인파 해부. 1초에 100만 번 진동하면 1 MHz, 24억 번이면 2.4 GHz(Wi-Fi)다. 전파는 빛의 속도로 가므로 2.4 GHz의 파장은 30만 km/s ÷ 24억 ≈ 12.5 cm다.

여기에 신호가 공간을 지나가는 속도를 곱하면 파장(wavelength)이 나온다. 파장은 안테나 크기(11장), 광섬유의 색(5장), 칩 위 배선의 설계(16장)를 정하는 중요한 길이다.

SIMULATOR

사인파 만들기와 더하기

단위
주기 T—
전파라면 파장 λ—
위상만큼의 시간 차—
가로축은 2 단위 시간(예: GHz면 2 ns). 해볼 것: GHz에서 2.4로 두면 Wi-Fi, 3.5면 한국 5G 주력 대역이다. 단위를 Hz로 바꾸고 0.6을 고르면… 60 Hz 전기(×100)의 파장은 약 5,000 km다. “더하기”를 켜고 위상을 180°로 돌리면 진폭 1과 1인 두 파동이 완전히 사라진다. 이 상쇄가 휴대폰 신호가 한 걸음 사이에 뚝 떨어지는 다중 경로 페이딩(11장)과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의 원리다.

푸리에: 네모난 신호도 사인파들의 합이다

디지털 신호는 네모나게 생겼다. 그런데 1807년 프랑스 수학자 조제프 푸리에는 놀라운 주장을 했다. 어떤 반복 신호든 주파수가 정수 배인 사인파들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기본 주파수 f₀의 사인파에 3f₀, 5f₀, 7f₀… 사인파를 점점 작게 더하면 네모파가 된다. 이렇게 기본 주파수의 정수 배인 성분들을 고조파(harmonics)라 한다.

이것이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이유는 모든 채널(구리선, 광섬유, 전파 대역)이 일정 범위의 주파수만 통과시키기 때문이다. 채널이 통과시키는 주파수의 폭을 채널의 대역폭(Hz)이라 한다. 대역폭이 좁으면 높은 고조파가 잘려 나가 네모파의 모서리가 둥글어진다. 비트를 빨리 보낼수록 네모가 좁아지고, 좁은 네모를 만들려면 더 높은 주파수가 필요하다. 바로 이 때문에 대역폭이 비트율을 제한한다.

SIMULATOR

사인파를 쌓아 비트 만들기: 채널이 통과시키는 고조파 수

보낼 신호 (반복)
필요한 채널 대역폭—
비트 중앙에서 판정—
판정 여유 (최소 |값|)—
위: 점선 = 원래 비트, 실선 = 통과한 성분만 더한 모양. 아래: 각 고조파의 크기(스펙트럼), 진한 막대만 채널을 통과한다. 비트율 R로 L비트 패턴을 반복하면 기본 주파수는 R/L이고, k차까지 통과하려면 대역폭이 k·R/L 필요하다. 해볼 것: 네모파 1010…은 1차(사인파 하나, 대역폭 R/2)만으로도 모든 비트를 맞게 판정한다. 01101001은 몇 차부터 다 맞을까?
예측해 보기

1 Mbps로 1010… 네모파를 보낸다. 채널 대역폭이 0.5 MHz(비트율의 절반)뿐이라 기본 사인파 하나만 통과한다. 받는 쪽은 비트를 알아볼 수 있을까?

푸리에 시뮬레이터에서 네모파를 고르고 고조파 차수를 1로 내려 보자.

네모 모양이 아니라 둥근 사인파가 도착하지만, 각 비트의 가운데에서 위인지 아래인지만 보면 된다. 대역폭 B인 채널로 1초에 최대 2B개의 기호를 구분할 수 있다는 나이퀴스트의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모서리의 날카로움은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판정 순간의 구분뿐이다.

대역폭과 비트율: 나이퀴스트, 보, 심볼

1928년 벨 연구소의 해리 나이퀴스트는 이렇게 정리했다. 대역폭이 B Hz인 채널로는 1초에 최대 2B개의 독립적인 펄스를 보낼 수 있다. 이 펄스 하나하나를 심볼(symbol)이라 하고, 1초에 보내는 심볼 수를 보(baud)라 한다. 이름은 전신 부호를 만든 에밀 보도에게서 왔다.

심볼 하나가 꼭 1비트일 필요는 없다. 전압을 두 단계가 아니라 네 단계로 나누면 심볼 하나에 2비트, 16단계면 4비트를 담는다. 레벨 수를 M이라 하면 심볼 하나에 log₂M 비트가 실린다.

잡음이 없을 때의 최대 비트율(나이퀴스트 공식) = 2B × log₂M  [bps]
B = 대역폭(Hz), M = 심볼 하나가 가질 수 있는 레벨(모양) 수. 예: 3 kHz 전화선, M = 2 → 6 kbps, M = 16 → 24 kbps.
2레벨 (NRZ): 심볼당 1비트 4레벨 (PAM4): 심볼당 2비트 10110010 10110100 10110110 같은 시간에 PAM4는 심볼 4개(8비트), NRZ는 8개(8비트). 같은 비트율을 절반의 보, 즉 절반의 대역폭으로 보낸다.
그림 2-3. 레벨을 늘리면 대역폭을 늘리지 않고도 비트율이 오른다. 대신 레벨 사이 간격이 1/3로 좁아져 잡음에 약해진다. 데이터센터의 400G·800G 링크가 PAM4를 쓰고(16장), Wi-Fi와 5G는 위상과 진폭을 함께 써 수천 가지 모양(QAM)을 만든다(12장).

그렇다면 레벨을 1,000개, 100만 개로 늘리면 끝없이 빨라질까? 잡음이 없다면 그렇다. 하지만 현실의 신호에는 늘 잡음이 섞여 있고, 레벨 간격이 잡음보다 좁아지면 이웃 레벨과 헷갈린다. 결국 속도의 진짜 한계는 대역폭과 잡음이 함께 정한다. 그 전에 잡음을 재는 단위부터 익히자.

샘플링 정리와 64 kbps

나이퀴스트의 결과를 뒤집으면 “최고 주파수가 B인 아날로그 신호는 1초에 2B번 이상 측정(샘플링)하면 완벽히 복원된다”가 된다. 전화는 목소리를 약 4 kHz 이하로 자르고 1초에 8,000번 샘플링해 샘플마다 8비트로 적는다. 8,000 × 8 = 64 kbps, 디지털 전화 회선 한 채널의 표준 속도다. 음악 CD는 20 kHz까지 담으려고 44.1 kHz로 샘플링한다.

잡음과 데시벨

잡음(noise)은 신호에 섞여 드는 원치 않는 무작위 요동이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열잡음이다. 0 K보다 따뜻한 모든 도체 속 전자는 제멋대로 흔들리고, 그 흔들림이 작은 전압을 만든다. 상온에서 열잡음의 세기는 대역폭 1 Hz당 약 4×10⁻²¹ W, 데시벨로 −174 dBm/Hz다. 대역폭을 넓히면 잡음도 그만큼 더 들어온다. 그래서 20 MHz 폭 Wi-Fi 채널의 잡음 바닥은 약 −101 dBm이다.

신호가 잡음보다 얼마나 센지를 신호 대 잡음비(SNR, Signal-to-Noise Ratio)라 한다. 신호 전력이 잡음의 1,000배면 SNR = 1,000이다. 통신에서는 이런 비율이 1에서 10¹⁵까지 오가므로 곱셈을 덧셈으로 바꿔 주는 로그 단위, 데시벨(dB)을 쓴다.

dB = 10 × log₁₀(P₂ / P₁)   |   dBm = 10 × log₁₀(P / 1 mW)
비율은 dB, 절대 세기는 1 mW를 기준으로 한 dBm. 0 dBm = 1 mW, 30 dBm = 1 W, −90 dBm = 1 pW(10억 분의 1 mW).
dB배수암산법·예
+3 dB약 2배전력 두 배. −3 dB는 절반(신호를 둘로 나누는 분배기)
+10 dB10배+20 dB = 100배, +30 dB = 1,000배. 0을 붙여 나가면 된다
+13 dB약 20배10 dB(×10) + 3 dB(×2): 곱셈이 덧셈이 된다
−20 dBm0.01 mWWi-Fi 공유기 바로 옆에서 받는 세기는 대략 −30~−40 dBm
−174 dBm/Hz4×10⁻²¹ W/Hz상온 열잡음 바닥. 받는 신호의 하한을 정한다

데시벨의 진짜 힘은 손실 계산에서 나온다. 신호가 커넥터, 케이블, 분배기를 차례로 지나면 각 단계의 배수를 곱해야 하지만, dB로는 그냥 빼면 된다. 광섬유 50 km(−10 dB) 뒤 분배기(−15 dB)를 지나면 −25 dB, 원래의 약 1/30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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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예산: 신호가 받는 쪽까지 살아남을까

매체 (감쇠)
분배기 (한 신호를 여러 집에 나눔)
총 손실—
받는 세기—
남은 전력 비율—
수신 여유—
수신기가 알아들을 수 있는 최소 세기(감도)를 −28 dBm으로 가정했다(광 가입자망 수신기 수준). 커넥터 두 곳에서 합계 1 dB를 잃는다. 분배기는 1:2마다 3 dB에 약간의 추가 손실을 더했다. 거리 슬라이더는 로그 눈금(10 m~100 km)이다. 해볼 것: 광섬유 + 1:32 분배기는 한국 FTTH(광 가입자망, 5장)의 실제 구조다. 거리를 몇 km까지 늘려도 될까? 랜선이 왜 100 m로 제한되는지도 확인해 보자.

섀넌의 한계: 통신 속도의 천장

1948년 벨 연구소의 클로드 섀넌은 논문 「통신의 수학적 이론」에서 정보를 “비트”로 재는 법을 정하고, 잡음이 있는 채널의 최대 속도를 하나의 식으로 보였다. 이 값보다 느리게 보내면 오류를 얼마든지 0에 가깝게 줄이는 방법이 반드시 존재하고, 이보다 빠르면 어떤 방법으로도 불가능하다. 이 한계를 섀넌 용량(Shannon capacity)이라 한다.

C = B × log₂(1 + SNR)  [bps]
B = 대역폭(Hz), SNR = 신호 전력 ÷ 잡음 전력(배수, dB 아님). log₂(1+SNR)는 1 Hz당 실어 보낼 수 있는 비트 수(스펙트럼 효율)다. SNR이 30 dB(1,000배)면 약 10 bit/s/Hz.

식이 말해 주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용량은 대역폭에 정비례한다. 대역폭을 두 배로 늘리면 용량도 두 배가 된다. 그래서 통신사들은 주파수 경매에 조 단위 돈을 쓰고, Wi-Fi 7은 채널 폭을 320 MHz까지 넓혔다. 둘째, SNR에는 로그로만 비례한다. 신호를 두 배(+3 dB) 세게 해도 SNR이 높을 때는 1 Hz당 약 1비트밖에 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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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넌 용량 계산기와 실제 기술

섀넌 용량 C—
스펙트럼 효율—
SNR 배수—
대역폭 2배 / SNR +3 dB 효과—
로그-로그 그래프. 옅은 선은 SNR 0·10·20·30·40 dB일 때의 용량, 진한 선은 지금 고른 SNR, 큰 점은 지금 고른 B다. 작은 점은 실제 기술이 한 채널(안테나 한 쌍)에서 내는 최고 속도의 대표값이다: 전화 모뎀(V.34, 3.1 kHz, 33.6 kbps), ADSL(1.1 MHz, 8 Mbps), LTE(20 MHz, 약 75 Mbps), 5G(100 MHz, 약 0.6 Gbps), Wi-Fi 7(320 MHz, 약 2.9 Gbps). 여러 안테나(MIMO, 12장)를 쓰면 같은 대역폭에서 채널 여러 개를 겹쳐 이 값의 몇 배를 낸다.
예측해 보기

SNR 30 dB, 대역폭 20 MHz인 채널이 있다. 용량을 더 크게 늘리는 쪽은? (A) 대역폭을 40 MHz로 두 배 (B) 송신 전력을 두 배(+3 dB)

섀넌 계산기의 마지막 칸이 두 경우를 비교해 준다.

C = B log₂(1+SNR). 대역폭은 바깥에 곱해져 있어 그대로 두 배가 되지만, SNR 1,000 → 2,000은 log₂ 값을 약 10 → 11로 바꿀 뿐이다. 대신 SNR이 매우 낮을 때(0 dB 근처)는 전력을 늘리는 효과가 거의 정비례로 크다.
56k 모뎀은 섀넌을 넘었을까?

전화선 아날로그 구간은 대역폭 약 3.1 kHz, SNR 약 35 dB여서 섀넌 용량이 약 36 kbps다. 실제로 순수 아날로그 모뎀의 마지막 표준(V.34)이 33.6 kbps였다. 1990년대 말의 56k 모뎀(V.90)은 통신사 쪽이 이미 디지털(64 kbps 채널)이라는 점을 이용해, 내려받기 방향의 잡음 원인을 줄여서 그 이상을 냈다. 한계를 넘은 게 아니라 채널 자체를 바꾼 것이다.

오류를 찾고, 고치기

섀넌 한계 아래라도 잡음은 가끔 비트를 뒤집는다. 비트가 틀릴 확률을 비트 오류율(BER, Bit Error Rate)이라 한다. 광 링크는 보정 후 10⁻¹² 이하, 무선은 보정 전 10⁻³ 정도도 흔하다. 해법은 데이터에 일부러 약간의 “여분”을 덧붙이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틀렸다”는 것만 안다. 틀리면 다시 보내 달라고 해야 한다(재전송, 9장). 그런데 위성처럼 멀거나 생방송처럼 기다릴 수 없으면? 받는 쪽이 스스로 고칠 수 있을 만큼 여분을 넣는다. 이것이 FEC(Forward Error Correction, 순방향 오류 정정)다. 가장 고전적인 예가 1950년 리처드 해밍이 만든 해밍 코드(Hamming code)다. 데이터 4비트에 패리티 3비트를 붙여 7비트로 보내면, 어느 한 비트가 뒤집혀도 위치를 찾아내 고친다.

d₄d₁d₂d₃ p₁p₂p₄ • 원 세 개 안의 1의 개수가 각각 짝수가 되도록 p₁, p₂, p₄를 정한다. • 한 비트가 뒤집히면, 그 비트가 속한 원들만 홀수가 된다. • 어느 원들이 홀수인지(신드롬)로 위치가 하나로 정해진다. 파랑만 → p₁ · 파랑+보라 → d₁ 파랑+주황 → d₂ · 셋 다 → d₄ • 비트 7개 × 한 곳씩 + “오류 없음” = 8가지 = 패리티 3비트로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2³개.
그림 2-4. 해밍(7,4) 코드. 데이터 비트 d₁~d₄를 원이 겹치는 자리에 두면, 각 데이터 비트는 서로 다른 원들의 조합에 속한다. 그래서 어느 원이 “틀렸다”고 외치는지만 보면 범인이 하나로 좁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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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밍(7,4): 비트 하나를 뒤집어 보세요

① 보낼 데이터
② 보낸 7비트
③ 받은 7비트
눌러서 뒤집기
④ 고친 결과
신드롬 (p₄ p₂ p₁ 검사)—
판정한 오류 위치—
복원한 데이터—
비트 위치 1~7 중 1·2·4번(점선)이 패리티, 3·5·6·7번이 데이터다. 신드롬을 2진수로 읽으면 그대로 틀린 위치의 번호가 된다. 해볼 것: ③에서 두 비트를 뒤집어 보자. 해밍(7,4)는 1비트까지만 고칠 수 있어서, 엉뚱한 비트를 “고쳐” 오히려 세 개가 틀린다. 더 강한 부호는 여분을 더 넣는다.

해밍 코드는 7비트 중 3비트가 여분이라 효율이 낮고 1비트밖에 못 고친다. 현대의 부호는 훨씬 길고 똑똑하다. 수천 비트를 한 묶음으로 엮고, 받는 쪽이 “이 비트가 1일 확률”을 서로 주고받으며 여러 번 고쳐 나간다. 이런 부호 덕분에 실제 시스템은 섀넌 한계에 1 dB 안쪽까지 다가간다. 섀넌이 존재만 증명했던 “한계 근처까지 가는 방법”을 50년 만에 실제로 찾은 셈이다.

부호어디서 쓰나
리드-솔로몬 (RS)CD·QR 코드, DSL, 100G~800G 이더넷의 PAM4 링크(16장)
터보 부호3G·4G(LTE) 데이터 채널, 심우주 통신
LDPCWi-Fi(11n 이후), 5G 데이터 채널, 10GBASE-T, 위성 방송(DVB-S2)
폴라 부호5G 제어 채널. 섀넌 한계에 도달함이 증명된 최초의 실용 부호 계열

다중화: 한 길을 여럿이 나눠 쓰기

해저 케이블 한 가닥, 휴대폰 주파수 한 대역은 매우 비싼 자원이다. 그래서 여러 사용자나 여러 신호가 하나의 매체를 나눠 쓰게 하는데, 이를 다중화(multiplexing)라 한다. 나누는 기준은 크게 네 가지다.

시간 분할 (TDM)주파수 분할 (FDM)코드 분할 (CDM)파장 분할 (WDM) ABCABC 시간 → 차례로 돌아가며 짧게 쓴다. 디지털 전화망, GSM, 광 전송망 ABC 주파수 → 서로 다른 주파수에 동시에. 라디오 방송, ADSL, OFDM(12장) 같은 시간·같은 주파수, 서로 다른 “암호 리듬” 자기 코드로만 걸러 듣는다. 3G(CDMA), GPS 한 가닥의 광섬유에 여러 색(파장) 광섬유 FDM. 파장 수십~100여 개(5장)
그림 2-5. 다중화의 네 가지 방법. 시간을 나누거나(TDM), 주파수를 나누거나(FDM), 서로 겹치지 않는 코드를 쓰거나(CDM), 빛의 색을 나눈다(WDM). 여기에 공간을 나누는 방법(여러 안테나의 MIMO, 여러 코어 광섬유)이 더해진다.
한 교실에서 여러 대화 나누기

한 명씩 돌아가며 말하면 TDM, 각자 다른 음높이로 노래하면 FDM, 모두 동시에 다른 언어로 말하면서 듣는 사람은 자기 언어만 알아듣는 것이 CDM이다. 한국은 1996년 CDMA 방식 이동통신을 세계 최초로 대규모 상용화한 나라다(14장). 광섬유 속에 무지개 색을 나란히 흘리는 WDM은 해저 케이블 한 쌍에 수십 Tbps를 싣는 비결이다(5장).

이 장에서 본 원리들은 뒤의 모든 장에서 다시 나온다. 구리선은 감쇠와 누화를 이기기 위해 라인 코딩과 이퀄라이저를 쓰고(4장), 광통신은 WDM과 강력한 FEC로 섀넌 한계에 다가가며(5장), 무선은 QAM과 OFDM, MIMO로 같은 대역폭에서 더 많은 비트를 짜낸다(12장). 칩 설계자들은 칩과 칩 사이 몇 cm 구간에서도 같은 싸움을 한다(16장).

핵심 정리

  1. 비트는 구리선의 전압, 광섬유 속 빛, 공중의 전파 같은 물리량(신호)을 바꿔서 싣는다.
  2. 디지털 신호는 중계기가 판정해서 새로 만들어 보내므로(재생 중계) 잡음이 쌓이지 않는다. 아날로그는 구간마다 잡음이 누적된다.
  3. 사인파는 진폭·주파수·위상으로 정해지고, 파장 = 속도 ÷ 주파수다. 어떤 신호든 사인파들의 합(푸리에)이며, 채널 대역폭이 좁으면 높은 성분이 잘려 비트율이 제한된다.
  4. 대역폭 B인 채널은 1초에 최대 2B개의 심볼(보)을 보낸다. 심볼당 레벨을 M개로 늘리면 log₂M 비트씩 실린다(나이퀴스트).
  5. 데시벨은 곱셈을 덧셈으로 바꾼다. +3 dB ≈ 2배, +10 dB = 10배, 0 dBm = 1 mW.
  6. 섀넌 용량 C = B log₂(1+SNR). 용량은 대역폭에 정비례, SNR에는 로그로만 는다.
  7. 패리티·체크섬·CRC는 오류를 찾고, 해밍·RS·LDPC 같은 FEC는 고친다. 현대 FEC 덕분에 실제 시스템은 섀넌 한계 근처까지 간다. 매체는 시간·주파수·코드·파장으로 나눠 쓴다(다중화).

확인 퀴즈

장거리 전송에서 디지털 신호가 아날로그 신호보다 잡음에 강한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 신호에도 잡음은 섞인다. 다만 판정이 맞는 한 재생 중계로 잡음이 구간마다 리셋된다.

주파수 3.5 GHz 전파의 파장은 대략? (빛의 속도 30만 km/s)

λ = 3×10⁸ ÷ 3.5×10⁹ ≈ 0.086 m. 휴대폰 속 안테나가 몇 cm 크기인 이유다.

대역폭 1 MHz인 채널에서 심볼당 16레벨을 쓴다. 잡음이 없을 때 나이퀴스트 최대 비트율은?

2B × log₂M = 2 × 1 MHz × 4 = 8 Mbps. 실제로는 잡음 때문에 레벨을 무한정 늘릴 수 없다.

송신 세기 20 dBm인 신호가 손실 23 dB를 겪었다. 받는 세기는?

dB 계산은 빼기만 하면 된다: 20 − 23 = −3 dBm. −3 dB는 1 mW의 절반이므로 약 0.5 mW다.

섀넌 공식 C = B log₂(1+SNR)에 따르면, SNR이 이미 높은 채널에서 용량을 크게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용량은 대역폭에 정비례하고 SNR에는 로그로만 는다. 그래서 Wi-Fi와 5G는 세대마다 더 넓은 채널을 확보하려 한다.

해밍(7,4) 코드로 받은 7비트에서 두 비트가 뒤집혔다. 어떻게 될까?

해밍(7,4)의 신드롬은 “1비트 오류”를 가정하고 위치를 가리킨다. 2비트 오류의 신드롬은 제3의 위치를 가리켜 잘못 고친다. 그래서 더 강한 부호나 CRC로 이중 확인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