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5

광통신과 해저 케이블

휴대폰으로 미국 서버의 영상을 볼 때, 데이터는 마지막 몇 미터만 전파를 탈 뿐 나머지 거의 전부를 빛으로 여행한다. 머리카락만 한 유리실 하나가 수십 Tbps를 나르고, 정원 호스 굵기의 케이블이 태평양 바닥을 1만 km 가로지른다. 구리선(4장)으로는 몇백 미터도 버거운 속도를 빛은 어떻게 대양 너머까지 보낼까? 이 장에서는 빛을 가두는 물리, 빛이 흐려지고 퍼지는 이유, 한 가닥에 색을 수십 개 겹쳐 싣는 기술, 그리고 바다 밑 인터넷의 실체를 따라간다.

왜 빛인가

2장에서 본 것처럼 신호에 실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쓸 수 있는 주파수 폭(대역)에 비례한다. 구리선 위의 전기 신호는 수백 MHz~수 GHz, Wi-Fi 전파는 수 GHz 대역을 쓴다. 그런데 광통신에 쓰는 1550 nm 빛의 주파수는 약 193 THz(초당 193조 번 진동)다. 그 주변의 몇 THz만 떼어 써도 구리선 전체 대역의 수천 배다.

두 번째 이유는 감쇠다. 고급 랜선(Cat 6)으로 100 MHz 신호를 보내면 100 m에서 약 20 dB, 즉 신호가 1/100로 줄어든다. 1 km라면 200 dB, 1020분의 1이다. 반면 현대 광섬유는 1550 nm에서 1 km에 약 0.2 dB(4.5%)만 잃는다. 100 km를 가도 20 dB, 1/100이다. 세 번째는 간섭이 없다는 점이다. 유리 속 빛은 번개, 모터, 옆 케이블의 전류에 흔들리지 않고, 밖으로 새지도 않아 도청도 어렵다. 가볍고 녹슬지 않는 것도 덤이다.

매체대표 손실한 구간 거리(증폭 없이)한 가닥 용량(대표)
꼬임쌍선 (Cat 6A)≈ 20~30 dB / 100 m100 m10 Gbps
동축 케이블≈ 수십 dB / km (고주파)수백 m~수 km(증폭기 연쇄)수 Gbps (케이블 인터넷)
다중 모드 광섬유 @850 nm≈ 2.5~3 dB / km수백 m (데이터센터)100~400 Gbps (여러 가닥)
단일 모드 광섬유 @1550 nm≈ 0.16~0.2 dB / km80~120 km (증폭기로 수천 km)수십 Tbps (WDM)
시골길과 유리 터널

구리선은 비포장 시골길이다. 짐(신호)을 실은 트럭이 달릴수록 짐이 흘러내리고(감쇠), 옆 도로의 소음과 먼지(간섭)가 들이친다. 광섬유는 매끈한 유리 터널이다. 트럭(빛)은 벽에 부딪혀도 튕겨 나올 뿐 밖으로 나가지 않고, 수십 km를 가도 짐이 거의 줄지 않는다. 게다가 이 터널에는 색깔별로 다른 차선을 수십 개 깔 수 있다.

빛을 가두는 유리실: 전반사

광섬유는 두 겹의 유리로 되어 있다. 가운데의 코어(core)로 빛이 지나가고, 그것을 클래딩(cladding)이 감싼다. 둘 다 순도 높은 석영 유리지만, 코어에 저마늄 같은 불순물을 아주 조금 넣어 굴절률(refractive index)을 클래딩보다 약간(0.3~1%) 높게 만든다. 굴절률 n은 “빛이 그 물질에서 진공보다 몇 배 느려지는가”이다. 석영은 n ≈ 1.47이라 빛이 초속 약 20만 km, 1 km에 약 5 µs로 달린다. 바깥에는 유리를 보호하는 플라스틱 코팅을 입혀 지름 250 µm가 된다.

단면 (실제 비율) 코어 9 µm (단일 모드) 50 µm (다중 모드) 클래딩 125 µm 코팅 250 µm 길이 방향 (두께 과장) 클래딩 n₂ = 1.463 클래딩 n₂ = 1.463 코어 n₁ = 1.468 θ > θc 경계에 비스듬히 닿은 빛은 100% 되튕긴다(전반사).
그림 5-1. 광섬유의 구조. 표준 단일 모드 광섬유는 지름 125 µm 유리(머리카락 굵기) 가운데 약 9 µm 코어로 빛을 보낸다. 굴절률 차이는 0.3%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것만으로 빛을 가둘 수 있다.

빛이 굴절률이 높은 곳(코어)에서 낮은 곳(클래딩)으로 갈 때는 경계에서 꺾이며(굴절) 일부는 반사된다. 꺾이는 정도는 스넬의 법칙 n₁ sin θ₁ = n₂ sin θ₂를 따른다(θ는 경계면의 수직선에서 잰 각도). 입사각을 키우면 굴절각이 더 빨리 커지다가 90°에 닿는데, 이때의 입사각이 임계각(critical angle) θc = arcsin(n₂/n₁)이다. 그보다 비스듬히 닿은 빛은 빠져나갈 길이 없어 전부 되돌아온다. 이것이 전반사(total internal reflection)다. 거울 반사는 매번 몇 %씩 잃지만 전반사는 손실이 0이라, 1 m에 수천 번 튕겨도 빛이 줄지 않는다.

SIMULATOR

스넬의 법칙과 전반사: 광선 추적

재료 조합
임계각 θc—
이 각도의 결과—
반사 한 번에 남는 빛—
1 m 뒤 남은 빛 (코어 50 µm)—
수광각 (공기 중, ±)—
왼쪽(좁은 화면에서는 위)은 경계 한 점을 확대한 그림, 오른쪽은 코어 속을 지그재그로 나아가는 광선이다. 선의 진하기가 남은 빛의 세기다. 해볼 것: ‘실제 광섬유’에서 입사각을 85° 아래로 내리면 반사 때마다 빛이 클래딩으로 새어 금방 사라진다. ‘물–공기’는 수영장 바닥에서 수면을 올려다볼 때 보이는 원형 창의 원리다. 반사율은 편광을 평균한 프레넬 식으로 계산했다.
예측해 보기

코어 굴절률 n₁을 클래딩 n₂보다 낮게 만들면(예: n₁ = 1.45, n₂ = 1.50) 어떻게 될까?

광선 추적 시뮬레이터에서 n₁ 슬라이더를 n₂ 아래로 내리고 입사각을 89°까지 올려 보자.

전반사는 빛이 굴절률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갈 때만 일어난다(sin θc = n₂/n₁ < 1이어야 한다). 반대로 만들면 임계각 자체가 없어서 매번 일부가 클래딩으로 빠져나가고, 수십 번 튕기면 빛이 거의 남지 않는다. 그래서 코어에는 굴절률을 높이는 저마늄을 넣는다.

모드와 분산: 빛이 퍼지는 이유

코어가 굵으면(50~62.5 µm) 빛이 여러 각도의 길로 동시에 갈 수 있다. 이 길 하나하나를 모드(mode)라 하고, 이런 광섬유를 다중 모드 광섬유(multimode fiber, MMF)라 한다. 문제는 축을 따라 곧게 가는 빛과 지그재그로 가는 빛의 이동 거리가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순간 출발한 빛 펄스가 도착할 때는 앞뒤로 늘어진다. 이것이 모드 분산(modal dispersion)이다. 굴절률이 1% 차이 나는 계단형 코어라면 1 km에 약 50 ns나 퍼진다.

해결책은 두 가지다. 코어의 굴절률을 가운데는 높고 바깥으로 갈수록 낮게 만들면(경사형, graded-index) 바깥으로 도는 빛이 더 빨리 달려 도착 시간이 거의 맞춰진다. 아예 코어를 9 µm로 가늘게 만들어 길이 하나만 남기면 모드 분산 자체가 사라진다. 이것이 단일 모드 광섬유(single-mode fiber, SMF)로, 장거리 통신망은 모두 이것을 쓴다.

계단형 다중 모드경사형 다중 모드단일 모드 코어 50~62.5 µm코어 50 µm코어 9 µm 도착한 펄스 많이 퍼짐 조금 퍼짐 색 분산만 남음
그림 5-2. 세 종류의 광섬유. 계단형 다중 모드는 경로마다 길이가 달라 펄스가 크게 퍼진다. 경사형은 바깥 경로의 빛이 더 빨라 도착 시간이 맞춰진다. 단일 모드는 길이 하나뿐이다. 다중 모드는 싼 광원(VCSEL)과 쉬운 연결 덕분에 데이터센터 안 짧은 구간에 쓰인다.

단일 모드에도 퍼짐이 남는다. 레이저 빛도 완벽한 한 색이 아니라 아주 좁은 파장 폭을 가지고, 신호를 실으면 그 폭이 더 넓어진다. 유리 속에서는 파장마다 속도가 조금씩 달라(프리즘이 무지개를 만드는 이유) 펄스가 퍼진다. 이것이 색 분산(chromatic dispersion)이다. 표준 단일 모드 광섬유는 1310 nm 근처에서 색 분산이 거의 0이고, 1550 nm에서는 약 17 ps/(nm·km)다. 속도가 빠를수록 비트 간격이 짧아 같은 퍼짐도 더 치명적이다.

SIMULATOR

분산: 퍼진 펄스가 이웃 비트를 덮는다

광섬유
비트율
펄스 퍼짐 Δt—
비트 간격 T—
판독 상태—
대략 최대 거리 (Δt ≈ T)—
위는 보낸 신호(1 0 1 1 0 1 0 0 1 1), 아래는 도착한 신호다. 점선 위치에서 밝기를 재어 가운데 문턱보다 높으면 1로 읽는다(틀린 비트는 빨간색). 해볼 것: 단일 모드 1550·10 Gbps에서 거리를 늘려 80 km 근처를 넘겨 보자. 같은 거리에서 25 Gbps로 올리면? 모델: 계단형 50 ns/km, 경사형(OM3급) 0.25 ns/km, 단일 모드는 분산계수 × 거리 × 신호 스펙트럼 폭(비트율에 비례). 실제 장거리 장비는 분산 보상 광섬유나 수신기의 디지털 신호 처리(DSP)로 이 퍼짐을 되돌린다.

감쇠 스펙트럼: 유리가 가장 투명한 색

유리가 아무리 맑아도 빛은 조금씩 줄어든다. 가장 큰 원인은 레일리 산란이다. 유리 속 원자 수준의 밀도 요동에 빛이 부딪혀 사방으로 흩어지는데, 그 세기가 파장의 네제곱에 반비례해(1/λ⁴) 짧은 파장일수록 훨씬 심하다. 하늘이 파란 것과 같은 이유다. 반대로 1600 nm를 넘으면 유리 분자 자체가 적외선을 흡수하기 시작한다. 그 사이, 1550 nm 근처가 손실이 가장 작은 골짜기다. 옛 광섬유에는 제조 중 섞인 물(OH 이온)이 1383 nm 근처에서 빛을 강하게 흡수하는 봉우리도 있었다.

이 모양 때문에 광통신은 세 개의 창(window)을 써 왔다. 1970년대에는 싼 광원과 실리콘 검출기를 쓸 수 있는 850 nm, 1980년대에는 색 분산이 0인 1310 nm, 그리고 1990년대부터는 손실이 가장 작고 광증폭기가 일하는 1550 nm다. 오늘날에는 이 영역을 O(1260~1360), E, S, C(1530~1565), L(1565~1625), U 밴드로 나눠 부른다. 장거리 WDM의 주무대는 C와 L 밴드다.

SIMULATOR

광섬유 감쇠 스펙트럼

이 파장의 손실—
밴드—
이 거리의 총 손실—
남은 빛—
점선은 각 원인의 몫(레일리 산란, 적외선 흡수), 실선은 합계다. 해볼 것: 850 nm와 1550 nm에서 50 km 뒤 남은 빛을 비교해 보자. 같은 거리 비교로, Cat 6 구리선은 100 MHz에서 1 km에 약 200 dB를 잃는다. 모델은 레일리 산란(0.8/λ⁴ dB/km, λ는 µm) + 적외선 흡수 + 불완전성 0.03 dB/km + OH 봉우리로 근사한 대략적인 곡선이다.
데시벨로 더하기

손실을 dB로 쓰면 곱셈이 덧셈이 된다(2장). 3 dB는 절반, 10 dB는 1/10, 20 dB는 1/100이다. 광 출력은 1 mW를 기준으로 한 dBm을 쓴다. 0 dBm = 1 mW, −10 dBm = 0.1 mW, −30 dBm = 1 µW. 그래서 “송신 0 dBm − 손실 20 dB = 수신 −20 dBm”처럼 뺄셈만으로 링크를 설계한다.

광 링크 예산과 광증폭기

광 링크를 설계할 때는 가계부를 쓰듯 광 링크 예산(optical link budget)을 맞춘다. 수입은 송신기의 출력(dBm), 지출은 광섬유의 거리별 손실, 커넥터(한 쌍에 약 0.3~0.75 dB), 광섬유를 녹여 붙인 융착 접속(splice, 한 곳에 약 0.05~0.1 dB)이다. 남은 빛이 수신기의 수신 감도(이보다 약하면 비트 오류가 급증하는 최소 세기)보다 커야 하고, 노화·온도·수리용으로 보통 3 dB 정도의 여유(margin)를 남긴다.

예산이 모자라면 예전에는 빛을 전기로 바꿔 다시 빛으로 쏘는 재생 중계기를 썼다. 1990년대에 등장한 EDFA(Erbium-Doped Fiber Amplifier, 어븀 첨가 광섬유 증폭기)는 판을 바꿨다. 희토류 원소 어븀을 섞은 광섬유 몇~수십 m에 980 nm 펌프 레이저를 쏘아 두면, 지나가는 1530~1565 nm 빛이 유도 방출로 전기 변환 없이 20~30 dB 증폭된다. C 밴드 안의 수십 개 파장을 한꺼번에 키워 주므로, 뒤에 나올 WDM과 짝을 이루어 장거리 광통신을 열었다. 다만 증폭기마다 잡음(ASE)이 조금씩 더해져, 수천 km를 가면 결국 신호 대 잡음비(OSNR)가 한계가 된다.

SIMULATOR

광 링크 예산 계산기

파장 (손실)
수신기
총 손실—
수신 전력—
여유 (margin)—
판정—
그래프는 거리에 따른 빛의 세기(dBm)다. 양 끝의 계단은 커넥터, 기울기는 광섬유 손실(융착 접속 4 km마다 0.1 dB 포함), 위로 솟는 곳은 EDFA다. 해볼 것: 1550 nm·APD로 몇 km까지 증폭 없이 갈 수 있을까? 1310 nm로 바꾸면? 거리를 400 km로 늘리고 EDFA를 켜 보자. 단순화: EDFA는 출력을 송신 출력까지 되돌리고, 잡음 누적과 분산은 무시했다. PIN/APD 감도는 10 Gbps급의 대표값이다.
예측해 보기

증폭기 없이 0.2 dB/km 광섬유로 서울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약 10,000 km를 보낸다면, 도착하는 빛은 처음의 몇 분의 1일까?

손실 dB = 0.2 × 거리. 10 dB가 1/10이다.

0.2 × 10,000 = 2,000 dB, 즉 10−200이다. 우주 전체의 원자 수(약 1080)보다 훨씬 큰 수로 나눈 셈이라 광자 하나도 남지 않는다. 그래서 해저 케이블에는 50~100 km마다 EDFA 중계기가 들어 있다.

한 가닥에 무지개를: WDM과 코히어런트 광

서로 다른 색(파장)의 빛은 한 광섬유 안에서 서로 섞이지 않고 함께 갈 수 있다. 보내는 쪽에서 여러 파장을 프리즘처럼 합치고(다중화), 받는 쪽에서 다시 나누면(역다중화) 한 가닥이 수십 개의 독립된 채널이 된다. 이것이 파장 분할 다중화(WDM, Wavelength Division Multiplexing)다. 채널 간격을 국제 표준(ITU-T G.694.1) 격자에 맞춰 촘촘히 깐 것을 DWDM(Dense WDM)이라 하며, 100 GHz(약 0.8 nm) 간격이면 C 밴드에 40~48개, 50 GHz 간격이면 80~96개가 들어간다. 요즘은 채널마다 폭을 다르게 주는 유연 격자(flex grid)도 쓴다.

λ1 1530.3 nm λ2 1531.1 nm λ3 1531.9 nm ⋮ λ80 MUX EDFA 광섬유 한 가닥 · 80파장 × 400 Gbps = 32 Tbps DEMUX 수신기 1 수신기 2 수신기 3 수신기 80
그림 5-3. 파장 분할 다중화. 각 파장은 독립된 채널이다. 하나의 EDFA가 모든 파장을 한꺼번에 증폭하므로, 채널을 늘려도 중계 장비는 그대로다.

파장 하나에 싣는 속도도 크게 늘었다. 2000년대까지는 빛을 켜고 끄는 방식(OOK, 1비트/심벌)으로 파장당 10 Gbps였다. 2010년 무렵부터는 코히어런트 광통신(coherent optical)이 표준이 되었다. 수신기에 기준 레이저(국부 발진기)를 두고 빛의 세기뿐 아니라 위상까지 읽고, 서로 수직인 두 편광에 각각 다른 데이터를 싣는다. 무선에서 쓰는 QPSK·16QAM 같은 변조(12장)를 빛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강력한 DSP 칩이 색 분산과 편광 뒤섞임을 디지털로 되돌려 주므로 분산 보상 광섬유도 필요 없어졌다. 지금은 파장당 400 G~800 Gbps, 최신 장비는 1.2~1.6 Tbps까지 나온다.

SIMULATOR

WDM 용량 계산기: 파장 수 × 파장당 속도

파장당 변조 방식
사용 밴드
채널 간격—
한 가닥 총 용량—
스펙트럼 효율—
4K 영상(25 Mbps) 동시 시청—
위는 광섬유 속 스펙트럼(가로축 파장), 오른쪽 위 작은 그림은 한 편광의 성좌도(12장)다. 파장 하나의 신호 폭(보 레이트)이 클수록 채널 간격도 넓어야 한다. 대표값: 10G OOK·50 GHz, 100G DP-QPSK(32 Gbaud)·50 GHz, 400G DP-16QAM(약 60 Gbaud)·75 GHz, 800G(약 120 Gbaud)·150 GHz, 각 밴드 약 4.8 THz. 고차 변조일수록 잡음에 약해 갈 수 있는 거리가 줄어든다(400G 16QAM은 수백~1,000 km 수준, QPSK는 수천 km).
수백 Tbps 해저 케이블의 셈법

최근 대서양·태평양 케이블은 광섬유 12~24쌍(한 쌍 = 오가는 두 가닥)을 넣고, 쌍마다 C 밴드에서 약 15~25 Tbps를 실어 케이블 하나가 200~500 Tbps 수준이 된다. 실험실에서는 코어를 여러 개 넣은 다중 코어 광섬유로 한 가닥에 Pbps(1,000 Tbps)를 넘긴 기록도 나왔다. 이런 광 부품을 칩 위에 만드는 기술은 19장(실리콘 포토닉스)에서 다룬다.

집까지 빛으로: FTTH와 PON

한국은 집 안까지 광섬유가 들어오는 FTTH(Fiber To The Home) 보급률이 세계 최상위권이다. 그런데 집집마다 통신국에서 광섬유를 한 가닥씩 끌어오면 너무 비싸다. 그래서 대부분의 FTTH는 PON(Passive Optical Network, 수동형 광 네트워크)을 쓴다. 통신국의 OLT(광 회선 단말)에서 나온 광섬유 한 가닥을 아파트나 전봇대 근처의 광 분배기(splitter)가 32~64가닥으로 나눈다. 분배기는 전기가 필요 없는 유리 부품(수동 소자)이라 고장이 적고 관리가 쉽다. 각 집에는 ONT(광 단말)가 놓인다.

OLT통신국 광섬유 1가닥 · 최대 20 km 안팎 하향 1490 nm (GPON) · 방송 상향 1310 nm · 시간 나눠 쓰기 분배기 1:32 손실 ≈ 17 dB ONT 1 (101동) ONT 2 ONT 3 ONT 4 ⋮ ONT 32 각 집
그림 5-4. PON. 하향 신호는 분배기에서 모든 집으로 똑같이 복사된다(각 ONT는 자기 몫만 꺼내고, 데이터는 암호화된다). 상향은 OLT가 집마다 보낼 시각을 정해 주어 빛이 분배기에서 겹치지 않게 한다(TDMA).

하향(통신국 → 집)은 분배기가 빛을 모든 집에 똑같이 나눠 주므로 일종의 방송이다. 상향(집 → 통신국)은 여러 집의 빛이 분배기에서 한 가닥으로 합쳐지므로, 동시에 보내면 섞여 버린다. 그래서 OLT가 집마다 “너는 몇 µs부터 몇 µs까지 보내라”라고 시간표를 나눠 주는 TDMA(시분할 다중 접속)를 쓴다. 집마다 거리가 달라 빛이 도착하는 시각도 다르므로, OLT는 처음에 각 ONT까지의 왕복 시간을 재어(레인징) 보정한다. 대표 규격은 GPON(하향 2.5/상향 1.25 Gbps)과 XGS-PON(대칭 10 Gbps)이고, 2020년대 들어 25G/50G-PON이 표준화되었다.

SIMULATOR

PON: 한 가닥을 몇 집이 나눠 쓰나

규격
분배 비율
보기
집당 하향 (평균)—
집당 상향 (평균)—
분배기 손실—
광 예산으로 본 최대 거리—
사람들이 모두 동시에 최대로 쓰지는 않으므로(통계적 다중화) 집당 계약 속도는 평균보다 훨씬 높게 판다. 분배기 손실은 이상적으로 10·log₁₀(N) dB에 제조 손실을 더한 값이다. 최대 거리는 광 예산(GPON 28 dB, XGS-PON·50G-PON 29 dB)에서 분배기와 커넥터 1 dB를 빼고 0.35 dB/km로 나눈 대략값이며, 실제 설계는 보통 20 km 이내로 한다. 해볼 것: 1:128로 나누면 거리와 속도가 어떻게 바뀌나?

바다 밑의 인터넷: 해저 케이블

대륙과 대륙 사이를 오가는 데이터의 95% 이상(흔히 99%로 인용)은 위성이 아니라 해저 케이블(submarine cable)로 간다. 2025년 기준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인 해저 케이블은 500~600개, 총 길이는 140만 km가 넘는다. 위성(15장)보다 용량이 수천 배 크고, 지연도 짧다. 서울–로스앤젤레스 약 1만 km를 빛이 가는 데 편도 약 50 ms가 걸린다.

심해용 케이블 단면 (지름 약 17~21 mm) 광섬유 수~24쌍 (젤 채운 강철관 속) 강철 선: 장력을 견딤 구리관: 중계기 전력선 폴리에틸렌 절연 피복 얕은 바다 구간은 강철 갑옷을 더 감아 지름 40~50 mm로 굵어진다. 한 구간의 모습 육양국 육양국 중계기(EDFA) 50~100 km마다 + kV − kV 양 끝에서 직류 수천~1만여 V 공급
그림 5-5. 해저 케이블의 단면과 구조. 깊은 바다에서는 정원 호스 굵기다. 섬유는 가운데 몇 가닥뿐이고 나머지는 압력과 장력을 견디고 전기를 보내는 부분이다. 중계기는 수십~100여 km마다 놓인 원통형 EDFA다.
바다 밑 고속도로와 휴게소

해저 케이블은 대양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중계기는 50~100 km마다 있는 휴게소다. 휴게소에서는 짐을 내려 다시 싸지 않고(전기 변환 없음) 트럭 전체에 기름만 넣어 준다(광증폭). 휴게소의 전기는 양쪽 해안의 발전소에서 도로 밑 전선으로 끌어온다. 차선(파장)을 늘려도 휴게소는 그대로라는 점이 핵심이다.

예측해 보기

해저 케이블에 광섬유를 수백 쌍씩 넣지 않고 수~24쌍만 넣는 가장 큰 이유는?

중계기가 무엇으로 동작하는지 떠올려 보자.

광섬유 자체는 싸고 가늘다. 그러나 섬유 쌍마다 중계기 속 증폭기와 펌프 레이저가 필요하고, 이 전력은 수천 km 떨어진 해안에서 케이블의 구리 도체 하나로 보내야 한다. 그래서 최근 설계는 쌍당 출력을 조금 낮추고 쌍 수를 늘리는(SDM) 방식으로 같은 전력에서 총 용량을 키운다.

핵심 정리

  1. 빛은 주파수가 약 193 THz로 대역이 매우 넓고, 단일 모드 광섬유의 손실은 1550 nm에서 약 0.2 dB/km로 구리보다 수백 배 작으며, 전자기 간섭을 받지 않는다.
  2. 광섬유는 굴절률이 조금 높은 코어를 클래딩이 감싼 구조이고, 임계각보다 비스듬히 닿은 빛이 전반사로 갇힌다.
  3. 다중 모드 광섬유는 경로마다 길이가 달라 모드 분산이 크고, 단일 모드도 파장마다 속도가 달라 색 분산이 남는다. 분산은 속도 × 거리를 제한한다.
  4. 레일리 산란과 적외선 흡수 사이의 골짜기 때문에 850·1310·1550 nm 창을 쓰고, 장거리는 C·L 밴드를 쓴다.
  5. 링크 예산은 송신 출력 − 손실 ≥ 수신 감도 + 여유. 모자라면 EDFA가 빛을 전기 변환 없이 증폭한다.
  6. WDM은 한 가닥에 수십~100여 개 파장을, 코히어런트 광은 위상과 두 편광까지 써서 파장당 수백 Gbps를 실어 한 가닥 수십 Tbps를 만든다.
  7. FTTH의 PON은 수동 분배기로 한 가닥을 32~64집이 나눠 쓴다. 하향은 방송, 상향은 시간을 나눠 쓴다(TDMA).
  8. 해저 케이블은 대륙 간 트래픽의 대부분을 나른다. 50~100 km마다 중계기, 해안에서 고전압 직류 급전, 수명 약 25년, 고장의 대부분은 어망과 닻 때문이다.

확인 퀴즈

광섬유가 빛을 코어 안에 가두는 조건으로 옳은 것은?

전반사는 굴절률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갈 때, 임계각 θc = arcsin(n₂/n₁)보다 큰 입사각에서만 일어난다. 거울 반사와 달리 손실이 없다.

장거리 통신망이 다중 모드가 아니라 단일 모드 광섬유를 쓰는 주된 이유는?

다중 모드는 경로마다 길이가 달라 1 km만 가도 펄스가 크게 퍼진다. 단일 모드는 코어를 9 µm로 가늘게 해 길을 하나만 남긴다. 대신 빛을 넣기 어려워 정밀한 레이저와 커넥터가 필요하다.

송신 +2 dBm, 1550 nm 광섬유 80 km(0.2 dB/km), 커넥터 손실 합계 2 dB, 수신 감도 −24 dBm이다. 여유(margin)는?

손실 = 16 + 2 = 18 dB, 수신 전력 = 2 − 18 = −16 dBm. 여유 = −16 − (−24) = 8 dB. 권장 여유 3 dB를 넉넉히 넘는다.

EDFA가 장거리 광통신에서 혁명적이었던 이유는?

어븀 첨가 광섬유에 펌프 빛을 쏘아 두면 지나가는 1530~1565 nm 빛이 직접 증폭된다. 증폭기 하나가 WDM 채널 전체를 담당하므로 파장을 늘려도 중계기를 바꿀 필요가 없다. 펌프 레이저용 전원은 필요하다.

PON에서 상향(집 → 통신국) 전송에 TDMA를 쓰는 이유는?

수동 분배기는 빛을 나누고 합치기만 한다. 상향 신호가 겹치지 않도록 OLT가 집마다 보낼 시간대를 정해 준다. 하향은 모든 집에 같은 신호가 가는 방송이다.

해저 케이블에 대한 설명으로 틀린 것은?

대륙 간 트래픽의 95% 이상을 해저 케이블이 나른다. 위성은 용량이 훨씬 작아 케이블이 닿지 않는 곳이나 비상용에 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