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선: 전화선에서 이더넷까지
책상 뒤 공유기에 꽂힌 랜선을 칼로 벗겨 보면 가는 구리선 여덟 가닥이 둘씩 짝지어 꼬여 있다. 왜 굳이 꼬았을까? 이 평범한 선 하나가 1초에 10억 비트, 좋은 선은 100억 비트를 100 m 너머로 보낸다. 같은 구리선으로 100년 전에는 목소리 하나를 겨우 실어 날랐다. 이 장에서는 구리선이 어떻게 잡음을 이기고, 신호가 왜 약해지며, 비트를 어떤 모양의 전압으로 싣는지, 그리고 결국 왜 광섬유에 자리를 내주는지 살펴본다.
- 꼬임쌍선과 차동 신호가 외부 잡음을 상쇄하는 원리를 설명한다.
- 동축 케이블과 UTP 카테고리(Cat5e·6·6A·8)의 대역폭·속도·거리를 비교한다.
- 감쇠가 주파수와 거리에 따라 커지는 이유(표피 효과)와 누화(NEXT·FEXT)를 이해한다.
- NRZ, 맨체스터, MLT-3, PAM-4 같은 라인 코딩과 직류 균형·클럭 복원의 관계를 안다.
- 눈 모양 그림으로 대역폭·잡음·지터가 신호 품질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읽는다.
- 1000BASE-T가 네 쌍 모두로 동시에 주고받는 비밀과 PoE를 안다.
- 다이얼업·ADSL·VDSL·케이블 모뎀·G.fast의 원리와, 거리가 속도를 깎는 이유를 설명한다.
전화선의 탄생
1876년 벨이 전화를 발명했을 때 전화선은 철사 한 가닥이었다. 돌아오는 길은 땅(접지)을 썼다. 그런데 전차가 다니고 전등이 켜지자 전화에서 웅웅거리는 소리와 남의 통화가 섞여 들렸다. 땅과 공기에 흐르는 온갖 전기가 그 한 가닥에 그대로 실렸기 때문이다. 해법은 선을 두 가닥으로 만들어 신호가 가고 오는 길을 모두 전선으로 하는 것, 그리고 그 두 가닥을 서로 꼬는 것이었다. 벨은 1881년 꼬임선 특허를 받았고, 이 꼬임쌍선(twisted pair)은 140년이 지난 지금도 랜선, 전화선, USB, HDMI 속에서 쓰인다.
20세기 내내 전 세계 집집마다 구리 전화선이 깔렸다. 이 선은 사람 목소리(약 300~3,400 Hz)만 나르도록 설계되었지만, 나중에 사람들은 같은 선에 훨씬 높은 주파수를 실어 인터넷을 보냈다. 이미 깔린 선을 다시 쓰는 것, 이것이 구리선 통신 역사의 큰 줄기다.
꼬임쌍선과 차동 신호
꼬임쌍선의 비밀은 차동 신호(differential signaling)에 있다. 보내는 쪽은 한 선에 +V, 짝이 되는 선에 −V를 동시에 싣는다. 받는 쪽은 각 선의 전압을 따로 보지 않고 두 선의 차이만 본다. 외부 잡음(형광등, 모터, 옆 케이블)은 가까이 붙은 두 선에 거의 똑같이 실리므로, 빼면 사라진다. 두 선에 똑같이 실리는 성분을 공통 모드 잡음(common-mode noise)이라 한다.
그럼 왜 꼬는가? 꼬지 않은 두 선은 잡음원 쪽에 있는 선이 늘 조금 더 많은 잡음을 받는다. 그 차이는 빼도 남는다. 꼬면 두 선이 번갈아 가며 잡음원에 가까워지므로, 한 꼬임에서 생긴 차이를 다음 꼬임이 반대 부호로 지운다. 꼬임이 촘촘할수록 더 잘 지워진다. 또 신호선 두 가닥이 내보내는 자기장도 서로 상쇄되어, 내 선이 남에게 잡음을 덜 뿌리게 된다.
두 사람이 시소 양 끝에 앉아 있다. 둘 다 똑같이 무거운 배낭을 메면(공통 잡음) 시소는 기울지 않는다. 시소는 두 사람의 무게 차이에만 반응하기 때문이다. 차동 수신기가 바로 이 시소다. 다만 한 사람만 배낭을 더 무겁게 메면 기운다. 꼬임은 두 사람이 번갈아 자리를 바꿔 앉게 해서, 배낭 무게가 결국 양쪽에 똑같이 나뉘게 만든다.
꼬임과 차동 수신: 잡음은 어디로 사라지나
끄면 선 A 하나만 접지 기준으로 읽는다(단일 종단).
외부 잡음이 두 선에 정확히 같은 크기로 실린다면, 차동 수신기 출력에 남는 잡음은?
위 시뮬레이터에서 꼬임을 최대로 하고 차동 수신을 켜 보자.
동축 케이블과 UTP 카테고리
구리선에는 두 가족이 있다. 동축 케이블(coaxial cable)은 가운데 심선을 절연체와 원통형 금속 그물(차폐)이 감싼 구조다. 전기장이 심선과 차폐 사이에 갇혀 있어 밖으로 새거나 바깥 잡음이 들어오기 어렵고, 높은 주파수(수 GHz)까지 잘 보낸다. TV 안테나선, 케이블 TV, 초기 이더넷(10BASE5·10BASE2)이 동축을 썼다. 다만 굵고 뻣뻣하며 비싸다.
사무실과 집의 랜선은 UTP(unshielded twisted pair), 차폐 없는 꼬임쌍선 4쌍이다. 얇고 싸고 잘 휘며, 끝에 RJ45 플러그를 단다. UTP는 성능에 따라 카테고리(category)로 등급을 매긴다. 카테고리 숫자가 높을수록 꼬임이 촘촘하고 선이 굵고 제작 공차가 엄격해서, 더 높은 주파수까지 신호를 보장한다.
| 등급 | 보장 대역폭 | 대표 이더넷 | 최대 거리 | 비고 |
|---|---|---|---|---|
| Cat3 | 16 MHz | 10BASE-T (10 Mbps) | 100 m | 옛 전화·LAN 배선 |
| Cat5e | 100 MHz | 1000BASE-T, 2.5GBASE-T | 100 m | 가장 흔한 가정용 랜선 |
| Cat6 | 250 MHz | 1G, 5G, 10GBASE-T(약 55 m) | 100 m | 쌍 사이 칸막이로 누화 감소 |
| Cat6A | 500 MHz | 10GBASE-T | 100 m | 바깥 케이블과의 누화(외부 누화)까지 규정 |
| Cat8 | 2,000 MHz | 25G/40GBASE-T | 30 m | 차폐형. 데이터센터 랙 사이용 |
| 동축 RG-6 | ~3 GHz | 케이블 TV, DOCSIS | 수백 m(증폭기로 연장) | 75 Ω |
“100 m”는 거의 모든 BASE-T 이더넷의 약속이다. 정확히는 고정 배선 90 m + 양 끝 패치 코드 10 m. 이 거리 안에서 감쇠와 누화가 규정 이내라는 뜻이다. 100 m가 넘는 구간은 스위치를 중간에 두거나 광섬유(5장)를 쓴다.
감쇠와 누화: 높은 주파수의 대가
구리선을 지나는 신호는 점점 약해진다. 이것을 감쇠(attenuation, 삽입 손실)라 하고 보통 100 m당 dB로 나타낸다(dB는 2장). 감쇠는 주파수가 높을수록 커진다. 가장 큰 원인은 표피 효과(skin effect)다. 교류 전류는 주파수가 높을수록 도체의 겉면으로만 몰려 흐른다. 구리에서 전류가 흐르는 두께(표피 깊이)는 1 MHz에서 약 66 µm, 100 MHz에서 약 6.6 µm에 불과하다. 단면 대부분을 놀리고 얇은 껍질로만 흐르니 저항이 커져, 감쇠가 대략 √주파수에 비례해 늘어난다. 여기에 절연체가 에너지를 빨아먹는 유전 손실(주파수에 비례)이 더해진다.
또 하나의 적은 누화(crosstalk), 옆 쌍의 신호가 전자기적으로 새어 드는 현상이다. 내 송신기 바로 옆에서 새어 드는 것을 NEXT(near-end crosstalk, 근단 누화), 먼 끝에서 새어 드는 것을 FEXT(far-end, 원단 누화)라 한다. NEXT가 특히 고약한데, 내 송신 신호는 갓 나온 강한 신호인데 상대에게서 오는 수신 신호는 100 m를 지나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감쇠가 누화보다 커지면, 즉 받을 신호가 새어 든 잡음보다 작아지면 그 주파수는 쓸 수 없다. 이 여유를 ACR(attenuation-to-crosstalk ratio)이라 한다.
케이블 길이·주파수 → 받는 신호의 크기
라인 코딩: 비트를 전압 모양으로
비트를 선에 싣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1이면 +V, 0이면 −V를 비트 시간 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이 NRZ(non-return-to-zero)다. 단순하지만 문제가 두 가지 있다.
- 직류 균형: 1이 길게 이어지면 평균 전압이 한쪽으로 쏠린다(직류 성분). 이더넷 선 양 끝에는 기기를 전기적으로 분리하는 변압기가 있어 직류를 통과시키지 못하므로, 쏠린 신호는 기준선이 흘러내려(기저선 방황) 판정이 틀린다.
- 클럭 복원: 받는 쪽은 따로 박자 신호를 받지 않고, 신호가 바뀌는 순간(전이)을 보고 박자를 맞춘다. 0이 1,000개 이어지면 전이가 없어 박자를 잃는다.
그래서 비트를 그대로 싣지 않고 정해진 규칙으로 바꿔 싣는데, 이것이 라인 코딩(line coding)이다. 10 Mbps 이더넷(10BASE-T)은 비트마다 가운데에서 반드시 뒤집히는 맨체스터 부호(Manchester code)를 썼다. 전이가 넘치고 직류가 0이지만 신호가 두 배 빨리 바뀌어 대역폭을 두 배 쓴다. 100BASE-TX는 4비트를 5비트로 바꾸는 4B5B로 전이를 보장한 뒤 3단계(−,0,+)를 돌아가며 오르내리는 MLT-3로 주파수를 낮췄다. 광 이더넷과 PCIe 1·2세대는 8비트를 10비트로 바꾸는 8b/10b로 직류 균형과 전이를 동시에 보장했다(대신 20% 손해). 요즘 고속 링크는 손해가 3%뿐인 64b/66b와 무작위화(스크램블)를 쓴다.
속도를 올리는 또 다른 방법은 한 번에 여러 비트를 싣는 것이다. 전압을 4단계로 나누면 한 심볼에 2비트(PAM-4), 5단계면 1000BASE-T의 PAM-5, 16단계면 10GBASE-T의 PAM-16이다. 같은 박자(심볼 속도, 단위 baud)로 더 많은 비트를 보내지만, 단계 사이 간격이 좁아져 잡음에 약해진다(2장의 섀넌 한계).
라인 코딩 파형 그리기
눈 모양 그림: 신호 품질을 한눈에
받는 쪽은 각 비트 시간의 한가운데쯤에서 전압을 재고 “기준보다 높으면 1”로 판정한다. 그런데 실제 선을 지난 신호는 반듯한 사각형이 아니다. 대역폭이 모자라면 모서리가 둥글어지고 앞 비트의 꼬리가 다음 비트로 번진다(심볼 간 간섭, ISI). 잡음이 위아래로 흔들고, 박자가 조금씩 어긋나는 지터(jitter)가 좌우로 흔든다.
이를 한 번에 보는 도구가 눈 모양 그림(eye diagram)이다. 무작위 비트 파형을 두 비트 시간 길이로 잘라 모두 겹쳐 그린다. 1과 0의 궤적 사이에 눈처럼 빈 공간이 생기는데, 눈이 크게 뜨여 있을수록 판정이 쉽다. 눈의 높이는 잡음 여유, 폭은 박자 여유다. 고속 링크 엔지니어는 이 눈을 보며 하루를 보낸다(16장).
눈이 감기는 세 가지 이유
이더넷 물리 계층의 비밀
10BASE-T와 100BASE-TX는 4쌍 중 2쌍만 썼다. 한 쌍은 보내기, 한 쌍은 받기. 1999년의 1000BASE-T는 대담한 방법을 썼다. Cat5e의 100 MHz 대역에서 1 Gbps를 내려고 네 쌍 모두로, 양방향을 동시에 보낸다. 쌍마다 초당 1억 2,500만 심볼(125 Mbaud), 심볼당 2비트로 쌍당 250 Mbps, 4쌍이면 1 Gbps. 5단계 전압(PAM-5)은 2비트에 필요한 4단계보다 하나 많은데, 남는 여유를 오류 정정 부호(트렐리스 부호)에 쓴다.
한 선에서 양방향을 동시에 쓰면, 내 송신 신호가 내 수신기로도 그대로 들어온다. 그것도 100 m를 지나 약해진 상대 신호보다 훨씬 크게. 1000BASE-T 칩은 자기가 무엇을 보냈는지 알고 있으므로, 그 신호가 선의 반사와 하이브리드의 누설을 거쳐 어떤 모양으로 돌아올지 적응 필터로 계산해 빼낸다. 이것이 에코 제거(echo cancellation)다. 옆 쌍 세 개의 NEXT도 같은 방식으로 지운다. 2006년의 10GBASE-T는 여기서 더 나아가 쌍마다 800 Mbaud, PAM-16 계열 부호와 강력한 LDPC 오류 정정을 쓴다. 대신 DSP가 무거워져 초기 칩은 포트당 수 W를 먹었고, 지금도 같은 10G 광 모듈보다 전력과 지연이 크다. 데이터센터 서버 연결에 구리 10GBASE-T보다 광이나 짧은 직결 구리 케이블(DAC)이 많이 쓰이는 이유다(20장).
| 규격 | 연도 | 케이블 | 쌍 | 부호 | 쌍당 심볼 속도 |
|---|---|---|---|---|---|
| 10BASE-T | 1990 | Cat3 | 2 (단방향씩) | 맨체스터 | 20 Mbaud(10 MHz) |
| 100BASE-TX | 1995 | Cat5 | 2 (단방향씩) | 4B5B + MLT-3 | 125 Mbaud |
| 1000BASE-T | 1999 | Cat5e | 4 (양방향) | PAM-5 + 트렐리스 | 125 Mbaud |
| 2.5G/5GBASE-T | 2016 | Cat5e / Cat6 | 4 (양방향) | PAM-16(DSQ128) + LDPC | 200 / 400 Mbaud |
| 10GBASE-T | 2006 | Cat6A | 4 (양방향) | PAM-16(DSQ128) + LDPC | 800 Mbaud |
| 25G/40GBASE-T | 2016 | Cat8 (30 m) | 4 (양방향) | PAM-16 + LDPC | 2 / 3.2 Gbaud |
구리선의 또 다른 장점은 전기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PoE(Power over Ethernet)는 랜선 쌍에 약 44~57 V 직류를 함께 실어, 천장의 무선 AP나 보안 카메라를 전원선 없이 랜선 하나로 동작시킨다. 데이터는 변압기를 거쳐 교류처럼 지나가고, 전력은 변압기 가운데 탭으로 공통 모드로 실리므로 서로 방해하지 않는다. 광섬유는 흉내 낼 수 없는 구리만의 무기다.
| 표준 | 통칭 | 스위치 출력 | 기기가 받는 전력 | 사용 쌍 | 예 |
|---|---|---|---|---|---|
| 802.3af (2003) | PoE | 15.4 W | 12.95 W | 2쌍 | IP 전화기, 소형 카메라 |
| 802.3at (2009) | PoE+ | 30 W | 25.5 W | 2쌍 | Wi-Fi AP, PTZ 카메라 |
| 802.3bt Type 3 (2018) | PoE++ | 60 W | 51 W | 4쌍 | Wi-Fi 6E/7 AP, 소형 기지국 |
| 802.3bt Type 4 (2018) | PoE++ | 90 W | 71.3 W | 4쌍 | 디지털 사이니지, 노트북 |
마지막 1마일: 모뎀에서 DSL, 케이블까지
통신사 건물(전화국)에서 각 가정까지의 마지막 구간을 가입자 회선(last mile, local loop)이라 한다. 망 전체에서 가장 길고 가장 많고 가장 바꾸기 비싼 부분이다. 그래서 인터넷 초기에는 이미 깔린 전화선을 어떻게든 재활용했다.
다이얼업 모뎀: 전화망은 목소리 대역(약 300~3,400 Hz)만 통과시키고 이를 초당 8,000번, 8비트씩(64 kbps) 디지털로 바꾼다. 모뎀은 비트를 이 대역 안의 소리로 바꿔(변조, 12장) 전화를 걸 듯 보냈다. 1998년의 V.90/V.92가 내려받기 최대 56 kbps로 사실상 끝이었다. 전화망의 64 kbps 디지털 통로 자체가 천장이었기 때문이다. 접속 중에는 전화도 쓸 수 없었다.
DSL(digital subscriber line)은 발상을 바꿨다. 전화선 구리 자체는 수 MHz까지 신호를 보낼 수 있는데, 대역을 3.4 kHz로 자르는 것은 전화국 교환기 쪽이다. 그러니 전화국의 교환기를 거치지 않고, 선 양 끝에 DSL 장비(DSLAM)를 달아 목소리 위의 높은 주파수를 데이터로 쓰면 된다. 목소리 대역과 데이터 대역은 주파수로 나뉘어 있으므로(주파수 분할(FDD)) 분배기(스플리터)로 갈라 전화와 인터넷을 동시에 쓴다.
여기서 감쇠 그래프를 떠올리자. 높은 주파수는 거리에 따라 훨씬 빨리 약해진다. 전화국에서 2 km 떨어진 집에서는 수 MHz 이상의 대역이 잡음에 묻혀 사실상 쓸모가 없다. 그래서 DSL은 거리에 극도로 민감하다. 더 빠른 DSL은 모두 더 높은 주파수를 쓰므로 더 짧은 선을 요구한다. 통신사는 광섬유를 동네 함체나 아파트 지하까지 끌어오고, 거기서부터 남은 수백 m만 구리를 쓰는 방식(FTTC·FTTB)으로 대응했다. 2000년대 한국 아파트 단지에 VDSL과 “광랜”(건물까지 광, 세대까지 UTP 이더넷)이 빠르게 깔린 것도 이 덕분이다.
전화국까지 거리 → DSL 내려받기 속도
전화국에서 2.5 km 떨어진 집이 ADSL2+에서 VDSL2로 바꾸면 내려받기 속도는 어떻게 될까?
위 시뮬레이터에서 거리를 2.5 km로 맞춰 보자.
케이블 모뎀은 케이블 TV용 동축망을 쓴다. 동축은 전화선보다 손실이 훨씬 작아 1 GHz 이상을 쓸 수 있다. 표준 이름은 DOCSIS다. DOCSIS 3.0(2006)은 6 MHz TV 채널 하나에 256-QAM으로 약 38 Mbps를 싣고 채널 여러 개를 묶어(본딩) 속도를 올렸고, DOCSIS 3.1(2013)은 OFDM으로 내려받기 최대 10 Gbps, DOCSIS 4.0은 1.8 GHz 대역과 동시 양방향(FDX)으로 올리기도 수 Gbps까지 노린다. 다만 동축망은 동네 수백 가구가 한 선을 나눠 쓰는 구조(광-동축 혼합, HFC)라서, 저녁 시간에 이웃이 모두 영상을 보면 속도가 떨어진다. 대역폭을 공유하는 대신 설치비가 싸다.
DSL의 마지막 진화인 G.fast(2014)는 106~212 MHz까지 써서 100 m 이내에서 합계 1 Gbps 가까이를 낸다. 하지만 그 거리라면 차라리 광섬유를 끝까지 끌어오는 것과 비용 차이가 크지 않다. 감쇠는 주파수와 거리에 따라 늘어나고, 구리는 그 물리를 피할 수 없다. 결국 가입자망의 정답은 FTTH(Fiber To The Home), 집까지 광섬유다. 한국은 세계에서 FTTH 보급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다음 장(5장)에서 그 유리실의 이야기를 이어 간다.
| 기술 | 매체 | 최대 내려받기(대표값) | 실용 거리 | 특징 |
|---|---|---|---|---|
| V.92 다이얼업 | 전화망 | 56 kbps | 전화 되는 곳 어디나 | 통화 중 전화 불가 |
| ADSL2+ | 전화선 | 24 Mbps | ~3~5 km | 비대칭, 2.2 MHz |
| VDSL2 17a / 35b | 전화선 | ~100 / ~300 Mbps | ~0.5 km 이내 | 벡터링 필요 |
| G.fast | 전화선·동축 | ~1 Gbps (합계) | ~0.1~0.3 km | TDD, 건물 안 배선용 |
| DOCSIS 3.1 | 동축 (HFC) | 최대 10 Gbps | 노드에서 수백 m~1 km | 이웃과 공유 |
| FTTH (GPON/XGS-PON) | 광섬유 | 2.5 / 10 Gbps (공유) | ~20 km | 5장 |
전송선로와 반사: 선이 길어지면 생기는 일
전선은 신호를 순식간에 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신호는 파동으로 선을 따라 흐른다. 랜선에서의 속도는 빛의 약 65~70%, 1 m를 가는 데 약 5 ns. 100 MHz 신호의 한 파장은 선 안에서 약 2 m다. 선의 길이가 파장에 비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길어지면 선은 단순한 도선이 아니라 전송선로(transmission line)로 다뤄야 한다.
전송선로에는 특성 임피던스(characteristic impedance)가 있다. 선의 굵기, 간격, 절연체가 정하는 “파동이 느끼는 저항” 같은 값으로, UTP 차동 쌍은 100 Ω, 방송용 동축은 75 Ω, 무선 장비 동축은 50 Ω이다. 파동이 임피던스가 다른 곳(커넥터, 끝, 다른 케이블)을 만나면 일부가 되돌아온다. 반사 비율은 Γ = (ZL − Z0) / (ZL + Z0). 50 Ω 장비에 75 Ω 케이블을 물리면 Γ = 0.2, 전압의 20%(전력의 4%)가 되돌아와 에코가 된다. 그래서 고속 회로는 선 끝을 같은 저항으로 막아(임피던스 정합(impedance matching)) 반사를 없앤다.
네트워크 케이블 인증 장비나 일부 스위치의 “케이블 진단” 기능은 선에 펄스를 쏘고 반사가 돌아오는 시간을 잰다(TDR, 시간 영역 반사 측정). 반사까지 걸린 시간 × 신호 속도 ÷ 2 = 끊어지거나 눌린 지점까지의 거리다. 벽 속 어디가 끊어졌는지 벽을 뜯지 않고 알 수 있다.
핵심 정리
- 꼬임쌍선은 차동 신호(+V/−V)로 보내고 받는 쪽에서 두 선의 차이만 본다. 공통 잡음은 빼면 사라지고, 꼬임은 두 선의 잡음 불균형을 번갈아 상쇄한다.
- 동축은 차폐로, UTP는 꼬임으로 잡음을 막는다. UTP는 Cat5e(100 MHz)·Cat6(250)·Cat6A(500)·Cat8(2,000 MHz, 30 m)으로 등급을 나누고, BASE-T는 대부분 100 m를 약속한다.
- 감쇠는 거리에 비례하고 주파수가 높을수록(표피 효과로 대략 √f) 커진다. 누화(NEXT·FEXT)가 감쇠된 신호보다 커지면 그 주파수는 쓸 수 없다.
- 라인 코딩은 직류 균형과 클럭 복원을 위해 비트를 바꿔 싣는다: 맨체스터, 4B5B+MLT-3, 8b/10b, 64b/66b. 여러 단계(PAM-4·5·16)는 같은 박자에 더 많은 비트를 싣지만 잡음에 약하다.
- 눈 모양 그림은 대역폭 부족(ISI), 잡음, 지터가 판정 여유를 어떻게 줄이는지 한눈에 보여 준다.
- 1000BASE-T는 4쌍 양방향 + 에코·NEXT 제거로 Cat5e에서 1 Gbps를 낸다. PoE는 같은 선으로 최대 90 W(802.3bt)를 보낸다.
- 다이얼업(56 kbps) → ADSL → VDSL → G.fast로 갈수록 높은 주파수를 쓰고, 그만큼 짧은 거리를 요구한다. 케이블 모뎀(DOCSIS)은 동축을 이웃과 공유한다. 결국 가입자망은 광(FTTH)으로 간다.
확인 퀴즈
랜선의 두 가닥을 서로 꼬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같은 케이블에서 신호 주파수를 높이면 감쇠가 커지는 주된 물리적 이유는?
10BASE-T가 쓴 맨체스터 부호의 장점과 단점을 바르게 짝지은 것은?
1000BASE-T가 Cat5e 4쌍으로 1 Gbps를 내는 방법으로 옳은 것은?
눈 모양 그림(eye diagram)에서 눈이 위아래로 좁아지는 원인이 아닌 것은?
VDSL2가 ADSL2+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